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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골목 (폐업 증가, 자영업 위기, 내수 침체)

경제읽는탁 2026. 8. 5. 01:32

목차


    지난달 오랜만에 예전 동네를 걸었다가 제가 중학교 때부터 다니던 분식집 자리에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가 들어선 걸 봤습니다. 지난 한 해 동안 폐업으로 노란우산 공제금을 받아간 건수가 사상 처음 11만 건을 돌파했고, 금액은 1조 원을 넘겼습니다. 이건 경기가 잠시 나쁜 게 아닙니다. 우리 골목의 생태계 자체가 무너지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골목에서 사라지는 것들

    제가 직접 돌아다녀 보니 변화가 가장 눈에 띄는 곳은 목욕탕이었습니다. 광주광역시에서만 2020년 94곳이던 목욕탕이 2025년에는 59곳으로 줄었습니다. 5년 만에 35%가 사라진 겁니다. 전국으로 보면 90년대에 1만 곳이 넘던 것이 지금은 5,500여 곳, 정확히 절반으로 쪼그라들었습니다.

    목욕탕 폐업의 진짜 이유는 손님이 줄어서만이 아닙니다. 가스비, 전기요금, 수도요금이 2년 사이 폭등하면서 수익 구조 자체가 무너진 겁니다. 더 기막힌 건 폐업하고 싶어도 못 한다는 현실입니다. 타일을 뜯고 대형 보일러를 해체하고 굴뚝까지 철거하는 데 최소 5천만 원에서 많게는 1억 5천만 원이 듭니다. 이걸 '폐업 비용의 역설'이라고 할 수 있는데, 쉽게 말해 장사는 안 되는데 그만두려면 오히려 큰돈이 필요한 구조입니다. 그래서 간판도 내리지 못한 채 문만 걸어 잠근 유령 가게들이 골목마다 늘고 있습니다.

    PC방도 같은 길을 걷고 있습니다. 2020년 1만 5천 곳이던 것이 4년 만에 7,300곳 밑으로 떨어졌습니다. 10대 인구 자체가 줄어드는 인구 절벽(demographic cliff), 즉 특정 세대가 빠르게 감소하며 소비 시장이 수축하는 현상이 PC방 같은 청소년 의존형 업종을 직격하고 있습니다. 전기요금을 감당하지 못해 복도 조명을 끄는 가게가 생겨날 정도입니다.

    • 동네 목욕탕: 전국 5,500여 곳, 10년 전 대비 절반 수준
    • PC방: 2020년 1만 5천 곳 → 2024년 7,300곳 이하
    • 공인중개사 사무소: 연간 1만 곳씩 폐업 중
    • 노래방: 신규 창업 수가 2016년 대비 41% 폭락
    요약: 목욕탕·PC방·노래방 등 골목을 채우던 업종들이 비용 폭등과 수요 소멸이 겹치며 빠르게 사라지고 있습니다.

     

    자영업 위기, 개인 탓이 아닌 구조의 문제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주변에서 폐업한 사장님들을 보면 게으르거나 준비가 부족했던 분이 아니었습니다. 회사에서 명예퇴직을 당하고, 재취업 문은 좁고, 결국 퇴직금을 털어 프랜차이즈를 차린 분들이었습니다. 이런 구조를 생계형 창업이라고 부르는데, 여기서 생계형 창업이란 자발적 선택이 아니라 노동시장에서 밀려난 뒤 어쩔 수 없이 사업자로 전환하는 방식을 뜻합니다. 출처: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자영업자 수는 약 550만 명에 달하며, 이 중 상당수가 이런 경로로 진입했습니다.

    두 번째 문제는 플랫폼 종속입니다. 배달 플랫폼에 입점하지 않으면 존재 자체가 지워지는 구조에서, 만 원짜리 짜장면 한 그릇을 팔면 수수료와 배달대행비, 광고비로 3~4천 원이 빠져나갑니다. 여기에 재료비와 임대료를 제하면 사장님 손에 남는 건 몇백 원 수준입니다. 이것을 플랫폼 종속 구조(platform dependency)라고 하는데, 쉽게 말해 판매자가 플랫폼 없이는 영업 자체를 할 수 없어 불리한 조건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태를 말합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편리함의 대가가 이렇게 가혹할 줄은 몰랐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앱 하나로 모든 게 해결되니 편하지만, 그 편리함이 누군가에게는 생존의 위협이 되고 있었습니다. 출처: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자료를 보면 2024년 한 해 폐업자 수가 사상 처음으로 100만 명을 넘어섰고, 그 중 50.2%가 '사업 부진', 즉 장사가 안 돼서 문을 닫은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요약: 자영업 위기는 개인의 능력 부족이 아니라 생계형 창업 구조, 플랫폼 수수료 착취, 내수 소비 위축이 겹친 구조적 문제입니다.

     

    내수 침체가 바꾸는 골목의 풍경

    제가 느끼기에 가장 무서운 변화는 손님이 돈을 쓰지 않는다는 겁니다. 민간 소비 증가율이 1%대로 주저앉은 상황에서, 서울 핵심 상권인 미아사거리의 공실률이 16%를 넘는다는 건 이미 상권 생태계가 임계점을 지났다는 뜻으로 보입니다. 내수 침체(domestic demand contraction)란 가계와 기업이 지출을 줄이면서 국내 경제 전반의 소비가 감소하는 현상인데, 지금 우리 골목이 정확히 이 상태입니다.

    업종별로 보면 타격의 방향도 다릅니다. 동네 카센터는 전기차 전환이라는 기술적 충격을 정면으로 맞고 있습니다. 내연기관차에는 부품이 약 3만 개 들어가지만 전기차는 그 3분의 1 수준입니다. 엔진오일, 점화플러그, 타이밍벨트처럼 주기적 교체가 필요했던 소모품이 전기차에는 아예 존재하지 않습니다. 정비 수요의 70%가 사라진 셈입니다. 제주도에서는 최근 5년 내 개업한 정비소의 폐업률이 61%에 달한다는 현장 데이터가 나왔습니다. 제주도의 오늘이 몇 년 뒤 서울의 모습이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미용실 시장에서는 쇼루밍(showrooming) 현상과 비슷한 흐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쇼루밍이란 원래 소비자가 매장에서 제품을 확인한 뒤 더 싼 온라인에서 구매하는 행동을 뜻하는데, 미용 분야에서는 매장에서 스타일을 확인하고 다이소 셀프 제품으로 직접 시도하는 방식으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미용류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대비 3.5% 올랐는데, 같은 기간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 1.7%의 두 배를 넘는 수치입니다. 가격은 오르고 신뢰는 떨어지고, 소비자들은 5,000원짜리 셀프 펌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습니다.

    요약: 내수 침체, 전기차 전환, 셀프 미용 트렌드가 동시에 작동하며 골목 상권 전체의 수요 기반이 얇아지고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자영업 폐업이 이렇게 늘어난 게 단순히 경기 탓인가요?

    A. 경기 요인도 있지만, 제가 직접 여러 사례를 들여다본 결과 구조적인 문제가 더 크게 작용하고 있습니다. 플랫폼 수수료 구조, 폐업하고 싶어도 철거비가 없어서 못 하는 상황, 인구 절벽으로 인한 수요 소멸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습니다. 단순한 경기 침체라면 경기가 회복되면 나아지겠지만, 구조적 문제는 그렇지 않다는 점에서 더 심각합니다.

     

    Q. 동네 카센터가 전기차 때문에 망한다는 게 사실인가요?

    A. 과장이 아닙니다. 전기차는 엔진오일 교체, 점화플러그, 타이밍벨트 같은 소모품 정비가 필요 없어서 기존 카센터 매출의 70% 정도를 차지하던 정비 수요가 사라집니다. 게다가 제조사들이 진단 소프트웨어 접근 권한을 독점하고 있어 동네 카센터는 고장 진단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도 있습니다. 전기차 보급률이 가장 높은 제주도에서 최근 개업한 정비소의 폐업률이 61%에 달한다는 점이 이를 잘 보여줍니다.

     

    Q. 노래방이 망하는 게 회식 문화 때문만인가요?

    A. 회식 감소가 가장 큰 요인이긴 하지만, 그것만은 아닙니다. 코인노래방과의 가격 경쟁, 1인 문화 확산, 불투명한 추가 비용에 대한 불신까지 겹쳐 있습니다. 노래방 신규 창업 수가 2016년 대비 41%나 폭락했다는 수치가 업종 자체의 구조적 쇠퇴를 보여줍니다. 2030 세대가 어두운 노래방 소파 대신 분위기 있는 공간을 선호하는 소비 문화 변화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Q. 살아남는 자영업자들은 어떤 공통점이 있나요?

    A. 제 경험상 어중간한 포지션을 버린 곳이 살아남더라고요. 가격으로 승부하려면 편의점보다 싸게 가는 완전한 저가 전략, 가격이 높다면 대형 프랜차이즈가 절대 줄 수 없는 개인화된 경험과 관계를 파는 방향으로 확실하게 나뉩니다. 어느 쪽도 아닌 중간 지대는 점점 설 자리가 없어지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결론

    제가 오랜만에 동네를 걸으며 느낀 건, 가게 하나가 사라지는 게 아니라 그 가게와 이어져 있던 관계와 기억이 함께 사라진다는 것이었습니다. 동네 목욕탕이 사라진 자리에 요양병원이, 분식집 자리에 무인 가게가 들어서는 풍경은 편리하지만 어딘가 차갑습니다.

    폐업을 개인의 실패로 보는 시선은 이제 내려놓을 때가 됐습니다. 수수료 구조의 투명화, 임대료 부담 완화, 업종 전환 교육처럼 실제로 버틸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합니다.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작지만, 가끔 단골 가게에서 직접 결제하거나 자주 가던 가게에 발걸음을 다시 옮기는 것이 골목의 온기를 조금 더 유지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VtLVFnTI0Jo&t=349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