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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영업이익 8,000억 원을 기록하던 홈플러스가 기업 회생을 신청했습니다. MBK 파트너스가 인수한 지 10년 만의 일입니다. 처음에는 저도 단순히 대형마트 업황 탓이겠거니 했는데, 인수 당시 구조를 들여다보니 그게 아니었습니다.

차입인수(LBO)란 무엇인가, 그리고 홈플러스에 어떻게 적용됐나
2015년 MBK 파트너스가 홈플러스를 인수할 때 동원한 자금 구조를 처음 들었을 때 솔직히 좀 놀랐습니다. MBK는 자체 펀드로 3조 2,000억 원을 마련하고, 홈플러스의 자산을 담보로 2조 8,000억 원을 추가로 빌렸습니다. 여기에 홈플러스가 원래 갖고 있던 기존 부채 3조 7,000억 원까지 더하면 사실상 인수와 동시에 수조 원의 빚이 회사 어깨에 얹힌 셈입니다.
이런 방식을 차입인수(LBO, Leveraged Buyout)라고 합니다. 인수 대상 기업의 자산을 담보로 돈을 빌려 인수 비용을 충당하는 방식인데, 인수가 완료되는 순간 그 빚은 고스란히 인수된 기업의 것이 됩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적은 자기 자본으로 큰 기업을 손에 넣을 수 있는 구조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이자를 갚기 위해 영업 이익을 쏟아부어야 하는 상황이 됩니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 역대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 거래라는 타이틀이 붙을 만큼 이 거래는 당시에도 화제였습니다(출처: 한국경제). 그런데 제가 보기엔 그 '역대 최대'라는 수식어가 기업에게 좋은 신호만은 아니었습니다. 규모가 클수록 차입 규모도 커지고, 이자 부담도 그만큼 무거워지니까요. 실제로 인수 후 홈플러스의 이자 비용은 영업 이익을 상회하는 수준까지 불어났습니다.
세일앤리스백이 현장을 어떻게 바꿨나
그렇다면 MBK는 이 무거운 부채를 어떻게 관리했을까요? 가장 눈에 띄는 방식이 세일앤리스백(Sale and Leaseback)입니다. 자산을 매각한 뒤 같은 자리에서 임차료를 내며 영업을 계속하는 방식으로, 자산은 팔았으니 장부상 현금은 들어오지만 이후부터는 매달 고정 임대료가 나가는 구조입니다.
MBK 인수 이후 홈플러스 매장 16개가 매각 후 폐점됐고, 14개 매장은 매각 후 재임차 형태로 전환됐습니다. 건물이 내 것일 때는 임대료가 없지만, 남의 건물이 되는 순간 그 고정비는 피할 수 없습니다. 매출이 비슷하게 유지됐는데도 영업 이익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배경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제가 이 대목에서 가장 와닿았던 건, 숫자 뒤에 있는 현실이었습니다. 재무제표만 보면 자산 매각으로 부채를 줄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 부채를 임대료라는 형태로 바꿔치기한 것에 가깝습니다. 빚을 없앤 게 아니라 매달 나가는 고정비 형태로 옮겨놓은 셈이죠. 현장 경쟁력이 서서히 무너질 수밖에 없는 구조였습니다.
- 매각 후 폐점된 매장: 16개
- 매각 후 재임차(세일앤리스백) 전환 매장: 14개
- 결과: 매출 큰 변화 없이 영업이익 마이너스 전환
- 원인: 임대료 등 고정비 급증으로 수익 구조 악화
딜라이브에서도 같은 패턴이 반복됐다
홈플러스만의 이야기라면 그나마 특수한 사례라고 볼 수 있겠지만, MBK가 인수한 다른 기업들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확인됩니다. 케이블 TV 업계 3위였던 딜라이브(구 C&M)가 그렇습니다. MBK가 맥쿼리와 함께 2008년 인수했지만, 2016년 경영권이 채권단으로 넘어갔습니다.
딜라이브 현장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이야기는 더 직접적이었습니다. 광케이블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아 일부 지역에서는 여전히 동축 케이블로 최대 320Mbps까지만 제공되고, 기가급 서비스가 필요한 가입자에게는 LG U+ 망을 재판매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겁니다. 재판매(Resale)란 자체 망이 아닌 타사 통신망을 임대·활용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수수료를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수익성이 낮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제 경험상 통신 서비스는 인프라 투자가 멈추는 순간부터 경쟁력이 서서히 무너집니다. 타사가 광케이블로 기가급 서비스를 확장하는 동안 장비 노후화를 방치하면 가입자 이탈은 시간문제입니다. 안전 문제도 있었습니다. 2차 연결 장치 없이 전신주에 직접 올라가 작업하다 추락 사고를 당한 직원 이야기는 투자 부족이 단순히 서비스 품질을 넘어 사람의 안전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줍니다(출처: 고용노동부 산업안전 정보).
홈플러스와 딜라이브, 두 사례를 나란히 놓고 보면 업종은 달라도 구조는 비슷합니다. 인수 초기의 재무 부담이 투자 여력을 줄이고, 시설과 인력에 대한 투자가 줄면서 경쟁력이 약해지는 흐름입니다.
배당 회수와 가맹점주 사이, BHC의 숫자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MBK가 투자한 BHC 사례는 조금 결이 다릅니다. 본사 영업이익률이 3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 수치만 보면 성공적인 투자처럼 보입니다. BHC의 모기업인 GGS는 5년간 5,000억 원이 넘는 배당금을 가져간 것으로 전해집니다.
그런데 가맹점주 입장에서 이 수치는 완전히 다른 의미입니다. 정오부터 자정까지 영업 시간을 강제하고, 하루 14시간 일하고 한 달에 4일만 쉬면서 집에 가져가는 돈은 200만 원 남짓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저는 '영업이익률 30%'라는 숫자가 현장에서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다시 생각하게 됐습니다. 본사의 수익 구조가 좋을수록 가맹점에 전가되는 부담도 커질 수 있다는 점을 재무제표만으로는 알기 어렵습니다.
배당 회수(Exit)란 투자자가 투자 기간 동안 배당금이나 자산 매각 등을 통해 수익을 실현하는 과정을 의미합니다. 사모펀드 입장에서는 지극히 당연한 목표지만, 그 회수 방식이 기업의 재투자 여력을 지속적으로 줄이는 방향으로 작동한다면 문제는 달라집니다. 홈플러스 직원들이 10년 넘게 회사를 지켜오면서 200만 원이 채 안 되는 월급으로 가족을 부양해 온 것, BHC 가맹점주가 초기 창업 비용 때문에 그만두지도 못하면서 버티는 것, 이 모든 현실이 '투자 성공'이라는 표현 뒤에 가려져 있다는 게 이번 내용을 정리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부분이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홈플러스가 기업 회생을 신청한 가장 큰 이유가 뭔가요?
A. 단일 원인이라기보다는 구조적 문제가 누적된 결과입니다. MBK 인수 당시 차입인수(LBO) 방식으로 발생한 대규모 부채와 이자 비용이 영업 이익을 지속적으로 초과했고, 세일앤리스백으로 자산을 매각한 이후 고정 임대료 부담이 가중되면서 수익 구조가 악화된 것이 핵심으로 꼽힙니다. 온라인 유통 경쟁 심화라는 외부 요인도 있지만, 재무 구조 자체의 취약성이 더 근본적인 원인으로 보입니다.
Q. 세일앤리스백(Sale and Leaseback)이 꼭 나쁜 건가요?
A. 세일앤리스백 자체가 나쁜 방식은 아닙니다. 자산을 유동화해 운영 자금을 확보하는 합법적인 재무 기법입니다. 문제는 이미 과도한 부채를 안고 있는 상황에서 이 방식을 반복적으로 사용해 임대료라는 고정비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경우입니다. 수익 개선이 아닌 부채 돌려막기 수단으로 활용될 때 부작용이 커집니다.
Q. MBK 파트너스가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에서 성공한 것처럼 홈플러스도 살릴 수 있지 않았을까요?
A.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 사례는 테마파크라는 업종 특성상 시설 투자와 콘텐츠 개발로 방문객을 늘리는 방식이 통했습니다. 반면 대형마트는 온라인 유통과 직접 경쟁해야 하는 구조여서 임대료 부담이 높은 상태에서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기가 훨씬 어렵습니다. 업종에 따라 같은 사모펀드 전략도 결과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단순 비교는 어렵습니다.
Q. 홈플러스 직원들은 기업 회생 후 어떻게 되나요?
A. 기업 회생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법원의 감독 하에 기업이 운영을 이어가므로 즉각적인 해고가 이루어지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구조조정 과정에서 매장 폐점이나 인력 감축이 발생할 수 있어 직원들의 고용 불안은 여전히 현실적인 문제입니다. 오랜 기간 근무한 직원들이 생계를 걱정하는 상황은, 투자 구조의 결과가 어디에 가장 먼저 도달하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결론
사모펀드의 기업 인수 자체를 무조건 문제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이번 사례들을 정리하면서 분명해진 것이 하나 있습니다. 차입인수(LBO)로 쌓인 부채, 세일앤리스백으로 전환된 고정비, 투자 축소로 인한 경쟁력 저하, 그리고 배당 회수로 귀결되는 수익 구조. 이 흐름이 반복될 때 그 부담이 가장 먼저, 가장 크게 도달하는 곳은 현장 직원과 가맹점주입니다.
재무제표의 숫자만으로 기업 경영을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것, 이번 내용을 보면서 다시 한번 확인했습니다. 대규모 인수합병 소식을 접할 때 '차입 규모가 얼마인지', '자산 매각 계획은 무엇인지', '배당 정책은 어떻게 되는지'를 함께 살펴보는 시각이 필요합니다. 숫자 뒤에 어떤 사람들이 있는지를 보는 것, 그게 제가 이번 사례에서 가장 크게 가져가는 부분입니다.